오늘은 수요일. 회사가 집에 일찍 가서 가정의 평화를 지키라고 명명해준 가정의날.
사실은 신랑네 회사도 수요일은 가정의 날.
그렇지만 신랑은 한번도 일찍 온적이 없다.
퇴근하고 버스를 타러 가면서 항상 신랑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일찍 와?" 라고 묻는 습관이 있었는데,
매번 "아니"라는 답변을 듣다 보니
이젠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그냥 물어본다.
그나마 받아주면 다행.. 요즘은 잘 받지도 않는다. ㅡㅡ;
요즘 살이 올라서 감량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고,
매일 오후 5시 25분 알림 반복 설정으로 "감량필요, 저녁 굶기!"라는 일정을 설정해 두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_*
기념으로 저녁에 나를 위해 먼가 만들어 먹기로 마음 먹었다.
요즘 요리를 무척 많이 하지만, 또 많이 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지만
(매일 제이미 올리버 DVD를 미친듯이 반복 시청하고 있다.
신랑이 퇴근하고 집에 오면 벨을 누르지 않고 바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그때면 난 어김없이 쇼파에 가로로 누워 빨간 하트 모양 담요로 꽁꽁 둘러싸고
제이미와 사랑에 빠져 있다.
제이미는 모든 요리에 온갖 허브들을 화분에서 바로 바로 뽑아서 대충 대충 절구에 찧어서 넣는데,
나도 나중엔 꼭 빛이 많이 들어오는 큰 창문을 가진 부잌이 있는 집에 살겠다고 다짐한다.
신랑은 제이미가 요리하는 모습을 볼때마다 기절한다.
머 저렇게 어지르면서 해? 후후... 사실은 나도 무척 염려되는 부분인데 미처 말로 표현하지 않았다.
어떤 때는 내가 프렌즈의 모니카 같지 않나 생각해 본다. ㅡㅡ;)
여튼, 매번 요리를 하고 싶어도 먹어줄 신랑이 없으니 기회가 없다.
그런데, 문득.. 아니 내가 먹으면 되잖아? 하는 너무도 당연한 생각이 뒤늦게 떠올라서
오늘은 내가 먹을 볶음 밥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문득 이렇게 재료를 적고 보니 기특하다.
아무거나 맘대로 막 넣은 볶음밥인데, 재료를 적고 있으니..머 좀 있어 보인다. 후후.
샐러리는 전엔 먼지도 몰랐다가 요즘 들어 그 향인지 맛인지에 푹 빠져 있다.
입맛이 변한건지, 내가 만들어서 좋아하게 된건지..
어떤 맛일까 궁금해서 샀다가 상하기 전에 다 먹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모든 요리에 넣고 있다.
그런데, 처음엔 참 독특하고 이상해서 벼,별로..하다가 지금은 왠지 모를 매력이 있는거 같다.
먼저 재료를 준비한다.
채소(방금 야채랑 머가 다른지 찾아봤더니 야채는 야사이라는 일본어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즉, 채소는 야채와 뜻이 같은 우리말.)는 먹기 좋은 크기로 마음가는 대로 썬다.
마늘도 가늘게 편을 내어 썰어 둔다.
원래는 다진 마늘을 쓰곤 한다. 다진 마늘의 사용엔 오랜 역사가 있다.
처음 자취할 땐 엄마가 마늘을 다져서 랩에 놓고 얇게 펴서 싸서 얼린 것을 가져다 주시곤 했다.
그럼 나는 냉동실에 넣어 놓고 요리할때 마다 뚝뚝 뿐질러서 넣곤 했는데,
어려서는 머 요리할 일도 없고 마늘의 풍미도 잘 모르고 귀찮고 등등의 이유로 안쓰다가
나이들고 마늘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엄마가 갖다 주는 속도를 맞추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데 마트에 가니.. 오오! 다진 마늘을 파는 것이었다. 좋은 세상.
결혼하기 전까지는 그래서 다진 마늘을 사다 썼다.
그런데 이녀석은 유통기한이 별로 길지 않은게 좀 불만이었다.
결혼을 하고 나의 완소 아이템중 하나인 도깨비 방망이라 불리는 미니 믹서를 장만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마트에 가면 통마늘을 사다가 조금씩 갈아서 그릇에 넣어 두고 사용한다.
통마늘을 사서 다져 쓰는게 당연하겠지만 다진 마늘을 사는 것 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깐! 마늘 애용중이다.
아직 마늘을 까는 노력까지는 할 준비가 안되었어. 흐흐.
고기든 생선이든 볶은 밥이든 파스타든 시작은 다 똑같다.
팬 달구고, 올리브유 두르고, 마늘과 고추 볶다가 양파넣고 약한불에서 볶기.
그리고 야채를 넣고 밥을 넣고 볶을 참이었는데, 오늘은 좀 색다른 시도를 해볼까 했다.
그래서 일단 아무 생각없이 냉장고를 열고, 또 그냥 갖추어놔야하지 않을까 하고 결혼 초기
마트에서 구입했는데 평소 잘 안쓰는 두반장과 굴소스를 꺼냈다.
일단 꺼내만 놓았다.
언제 누구를 양념하는데 쓸까는 별로 생각지 않고. ㅡㅡ;
여튼 시작하고 양파와 마늘 등이 좀 익기 시작하면, 썰어둔 채소를 넣고 함께 볶는다.
(당근은 익는데 오래 걸리니 미리 넣을 걸 그랬다.)
이때 소금 약간, 후추 약간 (최근에 나의 완소 아이템에 이름을 올린 푸조 페퍼밀로 갈아서 멋지게 넣었다.꺄악!)으로 간을 하고 두반장을 반숟가락 정도 넣고 파슬리 가루도 넣고 채소를 볶는다.
채소가 어느 정도 익으면, 채소를 팬의 가장자리 쪽으로 밀어내고 가운데 동그랗게 자리를 만들어서 밥을 넣는다.
밥에 간장과 굴소스를 넣고 가운데서 밥만 볶는다.
밥에 양념이 어느 정도 섞이고 밥이볶였다 싶으면 채소와 섞으면서 가볍게 한번 볶아 주고 불을 끈다.
신랑이는 (의외로) Men's Health라는 남성 잡지의 애독자인데, 가끔 어떤 페이지는 스크랩해서 테이블위에 두고 따라서 운동을 해보기도 한다.
그 잡지엔 운동 방법 외에도 근육을 키울 때 먹으면 좋은 요리라던가, 몸매가 좋은 여자 연예인의 인터뷰 등이 나와 있기도 하고, 여자친구와 특별히 러브러브 하는 방법 등도 나와 있다.
머, 여튼 운동을 주 내용으로 하는 남자들의 잡지.
그런데 지난 주 냉장고 앞에 그 잡지에서 오려낸 듯한 사진 한장이 떡하니 붙어 있다.
그건 바로 근육을 키우는 데 좋은 도미요리 페이지.